생잎은 무엇보다 신선도가 중요합니다. 미리 뜯어다 놓고 원하는 날짜에 즉시즉시 배송할 수 없어 당일 오전에 채취, 오후에 배송하고 있습니다. 물기가 조금이라도 묻어 있으면 배송하는 동안에 뜨거나 짓물러 신선함이 떨어집니다.

주문이 금요일 저녁이었죠. 주문을 받자마자 산에 갈 수 없고 토요일 오전 중에 산을 가야 합니다. 하지만 우체국을 이용하는 산골 사람들에게는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배송할 수 없습니다. 천상 월요일 오전 일찍 산에 올라 나물을 뜯어야 할 판입니다.

그런데 월요일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화요일 날이 조금 개는 듯 하더니만 다시 또 비가 오기 시작했고 그 다음날은 공휴일, 그 다음 날 또 비, 금요일까지 비가 내리더니 토요일 맑아지기는 했지만 오후에 배송할 길이 없어 헛일입니다.

산속에 들어가 나물 뜯는 이들도 애가 타지만 주문한 걸 배송시키지 못하는 우리도 애가 탑니다. 주문한 고객께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이유로 배송하지 못해 죄송하다는 얘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어야 말이죠. 나중엔 전화 걸기조차 미안해 겁부터 납니다.

주문한 고객께서는 가족들과 모임이 있어 귀한 곰취쌈 즐겨보려 했는데 다 틀렸다며 집집마다 조금씩 가져다 주기로 했으니 꼭 약속한 날짜 어기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하지만...

큰일이 났습니다. 오전에 전화받지 않길래 산에 간 줄 알았고 오후엔 배송이 될 줄로만 믿어 고객분께 전화한 것입니다. 늦어도 내일 오전엔 도착할 거 같다고 말해버린 것이지요. 정말 난감했습니다. 다시 없었던 걸로 하자고 할 수도 없고 배송하지도 않았으니 기다리라고 할 수도 없고..

하지만 어쩝니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이만저만해서 이렇고 저렇게 됐는데 도저히 미안해 돈을 돌려드리고 곰취 나물 뜯는대로 무료 배송해 드리겠다했습니다.

고객분은 한참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더니 그냥 웃고 맙니다. 너무도 양심적인 게 죄가 될 수는 없지 않느냐? 좋은 걸 보내려고 애쓰는 게 보여 참고 있는 중인데 너무 하지만 며칠 더 기다려 보겠다 하는 겁니다.

며칠 후 그 고객이 다시 주문 했습니다. “주변 친지들이 너무 좋아하더라, 다시 믿고서 주문하는 건데 이번에는 제발 일찍 보내 달라”는 말과 함께...

지금도 식은 땀이 나지만, 파는 저 자신이나 산에서 채취하는 사람, 그리고 믿고 기다려준 좋은 고객 모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훈훈한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