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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드라마를 보다가 한동안 못 보던 여자 출연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설마 하는 마음으로 검색 사이트에 이런
저런 키워드를 입력했다.
해당 연기자의 이름을 정확하게 입력한 것도 아니었는데, 감당 못할 정도의 자료가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마침
잘 정리된 자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데뷔 시절은 물론이고, 키, 몸무게, 학력, 종교 등 개인 신상정보를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조금 더 주의 깊게 살펴보니 그녀가 십여년 전 출연했다는 영화를 소개하는 하이퍼링크가 보였다. 그녀가 입고
나왔다는 분홍빛의 원피스를 살 수 있는 쇼핑몰 주소도 보여졌다.
클릭하니 놀라울 정도로 상세한 정보가 모니터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검색엔진의 홍수 시대다.
대형 포탈 사이트를 중심으로 특화된 검색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굳이 정확한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자료를 찾아주는 '똑똑한' 서비스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엠파스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자연어 검색이 가능한 검색 엔진을 출시, 자료 검색에 익숙하지 않은 네티즌들에게 강하게 어필했으며,
네이버는 지식in, 블로그 등을 활용해 한층 폭넓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지도를 검색하면 해당 지역과 관련한 업체를 함께 찾아주는 검색엔진도 등장했다. 음식점, 숙박시설, 슈퍼마켓은
물론이고 이발소, 미용실까지 친절히 안내해 준다.
최근에는 고전적 이미지를 물씬 풍기는 '야후코리아'가 티저 기법의 TV CF로 자사의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알리고 있다. 700만개의 텔레매틱스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관심 지역을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인 '거기'는
좋은 호응을 얻으면서 경쟁구도에 한층 불을 지피고 있다. 여기에 비교적 후발 주자라 할 수 있는 대기업들까지
검색 포털 시장에 진출하면서 검색엔진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경쟁이 심화되면서 검색엔진은 보다 지능화, 다양화, 전문화되어가는 추세다.
인터넷 초기에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검색 시스템이 도입되어 이제는 인터넷 사용능력과 관계없이 쉽고, 편리하게
자료 검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에 여전히 씁쓸함이 남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며칠 전 제법 이름이 알려진 종합 인터넷 쇼핑몰의 O사장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 분은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인터넷 광고비에 허리가 다 휠 지경이라고 필자에게 어려움을 호소했다. 초기만
하더라도 주로 집행하는 검색 키워드 광고가 저렴해서 큰 광고효과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검색 키워드 광고비만 해도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광고를 계속 집행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걸려오던 전화도 키워드 광고를 줄인 이후로는 뚝
끊어졌다는 설명이다.
필자와 친하게 지내는 전문몰의 S사장님은 이제는 검색엔진의 마케팅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라고 말한다. 하루에도
시도 때도 없이 걸려오는 검색포털 사이트의 전화 광고는 그렇다 치더라도 수익성
확보를 위해 계속 광고명을 바꿔가며 광고비를 슬그머니 인상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안 그래도 어려운 시기에 분통이 터진다는 것이다.
이는 검색 엔진 등록 및 유료 키워드 광고 서비스가 검색 포탈의 주요한 수익원이
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검색 엔진이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돈에 의해 인위적으로 정렬된 결과를 출력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과거 검색엔진이 출력했던 기준인 정확도 대신 광고비에 의한 결과를
봐야 하는 꼴이 되어 버린 셈이다.
검색 엔진 등록을 대행하는 업체들이 크게 증가한 것도 문제다. 아직 인터넷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초보 사업자들에게
검색 엔진 등록을 부추겨, 심지어는 거의 효과도 없는 광고에 많은 돈을 지불하게 만들고 있다.
무료로 검색 엔진을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대가라 치더라도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검색 포털의
지나친 키워드 광고 경쟁과 이에 따른 인위적인 결과 출력은 인터넷 초기의 정신이었던 ‘순수’와 ‘공유’의 정신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에 진정한 검색 포털 사이트는 존재하는가? 누군가 필자에게 이렇게 묻는다면
당연히 ‘No’라고 답할 것이다.
“포탈의 의미인 ‘관문’ 노릇에서 벗어나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면서, 그들이 설정한 울타리 안에 네티즌을 가둬두려고 하는 것이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의
트렌드이다. 이들이 정말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검색’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 것은
왜일까.”
진정한 의미의 검색 포털 사이트가 되려면 그저 쉬운 서비스를 개발하여 수익을 올려보겠다는 현재의 구도에서 탈피해야
한다. 유료 검색 키워드 광고서비스에 치중해 경쟁사의 전략을 그대로 카피하여 손쉽게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행태는
정말 문제다. 검색 엔진 유료화에 혈안이 되어 창의적인 서비스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히 우려스럽다.
포탈 경쟁이 또다시 치열해지고 있다. 다들 국내 최고의 포탈 사이트가 되겠다고 떠들어댄다. 정말
국내 최고가 되고 싶다면 그에 걸맞는 사명과 전략으로 무장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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